야외에 전시된 보도사진가전을 돌아보고.. 동강사진박물관 입구 별관에 전시중인 동강사진가상 노순택님의 실성한 성실 사진전을 돌아본다.
마침 한줄기 소나기가 내리는 터라 서둘러 전시장으로 들어섰다.
노순택님 사진은 '얄읏한 공' 시리즈를 접한지가 있어 그리 낯설지 않았고 전날 특강을 미리 들은지라 더욱더.. 잘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전시장으로 들어서서 오른쪽에 안내설명과 사진시리즈의 제목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왠지 왼쪽부터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에... '붉은틀' 시리즈 부터 감상한다.
대표적인 삐라 사진... 이렇게 크게 보니 또 다른 느낌이다.. 엄청 큰 사이즈라는데.. 크기는 상상할 수 밖에 없는듯 하다.
이어지는 북한행사 사진들.. 포토샵으로 떠 붙인듯 한 장면들이 참 거칠게 표현된듯 하다.
전시장 왼쪽 벽면에 걸쳐 전시된 '붉은틀' 시리즈를 돌아보고...
전시장 중아의 '얄읏한 공' 시리즈... 책에서도.. 특강에서도 접한 사진이라.. 부담없이 돌아본다..
사진이 좀 작아.. 왠지 가까이 다가 가게 만드는 듯 하다.
이어지는 '좋은, 살인' 잼난 디스플레이... 나르는 비행기 사진을 전시장 벽면 높이 달기도 하고 사진의 장면과 내용에 따라..
사진거는 위치를 다르게 하니.. 감상하는 재미가 솔솔한듯 하다..
그리고.. 가운데..'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 2점... 이렇게.. 전시된 작품을 돌아보며..
뭔가 강한 메세지와 아~ 이정도니 동강사진상 받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암튼 전시장에서 노순택님 사진을 접한 것은 첨이라..
참 좋은 기회였지 싶다..
전시장 풍경
붉은틀
붉은틀
붉은틀
얄읏한 공
얄읏한 공
좋은, 살인
좋은, 살인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
좋은, 살인
좋은, 살인
좋은, 살인
좋은, 살인
전시장 풍경
분단이라는 현기증
노순택이 그동안 진행해온 작업은 '분단의 현재성'에 관한 것이었다.
분단이라는 우리의 일상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사실은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 것이며
그로 인해 우리사회와 개인의 삶이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관찰하고, 수집하고 제시해 왔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전쟁과 분단을 역사의 장에 편입시킨 채 시시때때로 아전인수식 해석잔치를 벌이는 분단 권력의 빈틈을 째려보는 일'이라고 밝힌다.
그에게 분단 권력은 '남북전에서 작용하는 동시에 오작동하는 현실의 괴물'이다.
'빈틈'이라니 빈틈이란 과연 어는 시공간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그 빈틈을 통해 바라본 '괴물'은 어떤 모습일까
노순택이 지금까지 토해놓은 일련의 분단 시리즈는 '분단의 향기'를 시작으로 '애국의 길', '얄읏한 공', '붉은 틀', '블랙후크다운', '좋은살인', '비상국가',
'가련의 천안함', '배후설', '메가바이트 산성의 비밀',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 '망각기계' 등 만화경과도 같다.
기괴하게 뒤틀린 분단의 어지러움이다.
그 가운데 '얄읏한 공'과 '좋은 살인'. '붉은 틀'을 동강사진상의 수상전시로 엮은 까닭은 이 작업들이 노순택의 분단 관찰법을 들여다보는 좋은 통로이기 때문이다.
그는 명확한 무엇을 보여주지만, 자신이 드러내려던 무엇인가는 슬쩍 감춘다.
우선 '얄읏한 공' 시리즈는 주한 미군기지 확장 사업으로 강제 이주해야 할 처지에 놓은 평택 대추리란 마을에 작가가 거주하면서 진행했던 작업이다.
그는 '레이돔'이라 불리는 미군의 첨단 레이다 시스템의 정체를 추적하기 위해 쉬운 방법으로 가지 않고 애매한 길을 택한다.
주민을 인터뷰하고, 답장을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주한 미군사령부에 질의서를 발송하고, '네이버 지식인'에 지식을 구걸한다.
그런 단편들을 모아들고 군사 전문가의 자문을 듣고, 구조물의 설계와 재질 및 용도가 기술된 무기산업체의 홈페이지를 들락거린다.
그러면서 미국의 전 세계 감청망인 '레실론 프로젝트'와 한반도를 언급한다.
상승하던 이야기 구조는 대추리 농민의 자잘한 이야기로 급격히 선회하면서 추락한다.
공은 대체 무엇이었던 걸까..
레이돔은 주위 풍경과 어울리며 스스로의 존재를 은폐 또는 부각시킨다.
긴 작업노트와 100여 점의 이미지로 구성된 '얄읏한 공' 시리즈는 분단사회의 갈드이 얼마나 비극적이며 동시에 희극적인가를 함께 보여준다.
'좋은 살인'은 최첨단 무기의 살상 능력에 대해 '사고'했다는 이유로 4년을 키워온 파일럿의 꿈을 강제로 접어야만 했던 어는 공군 사관생도에게 헌정하는 작업이다.
노순택은 첨단과학의 집결체인 무기산업이 어떻게 의심을 금지시키는지 보고자 했다.
그는 전 세계 '무기쇼 스케줄'을 수집하는 동시에 남한 사회에서 '무기 비즈니스'가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는가를 탐색했다.
단적으로 그가 생산한 이미지들은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아우르는 남한 전력에서 수집한 것이다.
'붉은 틀' 연작은 전적으로 북한에 관한 작업이다. 하지만 전적으로 남한에 관한 작업이기도하다.
이 작업은 세계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북한은 스스로를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가....
둘째 남과 북이 만날 때 어떤 해프닝이 벌어지는가....
셋째 남한사회에서 북한은 어떻게 재현되어 왔는가....
남과 북은 1950년의 전쟁이후 분단체제라고 하는 비정상적인 정치,사회 시스템을 60여년간 운용해 왔다.
이는 서로의 체제를 극단적으로 자주하는 동시에 그 작동 방식에서 닮을을 추구하는 식으로 이어져 왔다는 것이 노순택의 생각이었다.
그가 보기에 남북의 독재자들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요청해야만 하는 사이였다.
남북의 시민, 인민들은 끊임없는 동원에 시달리며 한편으론 감각의 날을 세우고, 한편으로는 감각기관에 마취제를 맞아야 했다.
구할 때마다 증명해야만 하는 삶이다.
노순택은 기발표되었던 '붉은 틀'을 종료시키지 않은 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이라는 가장 가까운 시점에 발생한 분단 사건을 덧붙임으로써 우리의 오늘을 묻고 있다.
오늘, 우리는 안전한가. 안전이란 무엇이인가. 분단체제에서 안전은 어떻게 공포와 냉소의 인질이되는가...
분단은 어지러움을 불러오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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